[음반소개] 임정득 싱글 《그랬으면 좋겠다》

노래하는 사람 임정득이 1년 반 만에 내놓은 싱글앨범 [그랬으면 좋겠다]

당신이 만들어 갈 ‘사철나무 그늘’에 관하여

임정득의 앨범에는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쓰러진 사람들을 기리는 노래들이 유독 눈에 띈다. 2006년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숨진 故하중근 열사에게 보내는 ‘저녁녘’(1집), 2009년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인해 희생당한 용산4구역 철거민에게 보내는 ‘사라지다’(1집), 2009년 경찰의 폭력진압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게 보내는 ‘일흔일곱 날의 기억’(1.5집) 등이다(참고로 쌍용자동차의 희생자는 25명이나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찰청은 이 폭력진압을 ‘우수사례’로 꼽는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떠난 자를 추모하는 노래이면서, 살아가야 할 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고마움이다. 임정득은 투쟁 현장에서의 강하고 단호한 목소리가 아닌 처연하고 애조 띈 목소리로 노래를 이끌어간다. ‘미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이것을 끝까지 들려주려는 듯, 곡의 마지막 1분에는 바이올린이 음성을 대신한다. 당신이 4분 30초 동안 듣게 될 이 노래는 혁명이나 투쟁의 승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삶 또는 노동의 현장에서 지쳐가는 당신이, 당신의 공간에서 휴식하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다.

2013년 어느 날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 故윤주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한 편의 시를 유서에 남겼다. 이 노래의 가사가 된 장정일 선생의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이었다.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정부와 회사에 맞섰던 그였으나, 삶의 끝에는 모두에게 잊혀 지기를 원했다. 같은 해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 故최종범 열사와 올해 또 다른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 故염호석 열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그토록 찾았던 ‘아픈 일생’이 아물고, ‘억만 시름’을 날려버릴 ‘사철나무 그늘’은 어디에 있을까. 자본가에게 노동자를 차별·착취 할 자유가 있고, 국가에게 노동자를 탄압할 권력이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언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비정규직이 사라지고, 해고 노동자가 다시 일터로 돌아갔을 때 찾을 수 있을까.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없고, 살던 곳에서 내쫓겨나는 일도 없는 세상에 있지는 않을까. 그런 세상은 분명히 올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통행하는 길목에 뿌리를 내린다. 밀양과 청도에, 제주도 강정마을에, 서울시청 앞에, 강남 삼성전자 앞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 전국의 수많은 곳에 내려진 가느다란 뿌리들은 언젠가 무성한 이파리로 그늘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날’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와 당신은 잘 알고 있다. 깃발을 들고 나와 도로에 앉은 사람들을 본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고, 곧 아스팔트 바닥조차 녹일 폭염이 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대오가 채워지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아픔을 겪어내야 하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거리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이 노래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작은 그늘 하나라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과 같은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당신이 만들어갈 사철나무도 있지 않은가. 당신의 마음의 어느 한 곳에 이 노래가 함께 자리 잡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윽고 어느 순간 사철나무 그늘이 어디에 있었는지, 손끝으로 가리키지 않더라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서로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게 되겠지. 살아 내줘서 고맙다고.

나는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2014-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