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음악가 발견 ? 나비, 에몬

2015-1-31 나비

작년의 ‘올해의 본격 애연가’ 의봄 씨를 만났다. 그는 늘 새로운 꿍꿍이를 궁리한다. 미얀마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가기로 한 것도 어떤 꿍꿍이의 일환이었다. 한국인은 찾아볼 수 없는, 미얀마 식당에 들어갔다. 미얀마 어와 미얀마 음식을 모르는 우리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사장님에게 음식을 추천 받았다. 미얀마 전통 볶음면과 볶음밥, 샐러드를 주문했다. 태국 음식과 비슷했으나, 비교적 간이 약하고, 느끼했다. 다행히 고추소스가 있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태국 식당 테이블마다 있는 그것과 흡사했다.

부평로터리마켓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추위와 영양결핍에 손이 퉁퉁 부은 한 남자가 바닥에 엎드려 구걸 중이었다.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갔다. 아는 사람이다.1 식사 하지 못했다기에, 그가 가고 싶은 식당으로 앞장서라고 했다. 근처 국밥집이다. 주인 내외가 놀란다. 이 사람을 왜 데리고 왔는가 하는 경계의 눈빛이었다. 그의 치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주인에게 말했다. 고기와 순대를 잘게 썰어서 조리해주기로 했다. 종이를 빌려, 재활시설 연락처를 적어주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이른 시일 안에 찾아갈 것을 권했다. 의봄 씨가 밥값을 냈다. 주인 내외는 젊은 남자 두 명이, 동네 노숙인에게 밥을 사주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못내 궁금했는지, 우리에게 그와 아는 사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만 짧게 대답했고, 그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그가 언제까지 그 길에 머무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스타벅스에서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가 상수동의 제비다방으로 향했다. 언젠가 이승열 씨의 공연을 보기 위해 갈 뻔(ㅋ)했던 곳인데, 의봄 씨가 나비의 공연을 보러 가자며 앞장섰다. 지하로 내려가 공연 보기 좋은 자리를 잡았다. 앞 테이블에 잘 생긴 남자가 앉아있다. 양익준 감독 같았다. 긴가민가했는데, 역시나 그가 맞다. 우린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의봄 씨가 제임슨을 병째로 주문했다. 나는 놀랐다. 9천 원짜리 기네스를 몇 병만 마셔도 이 금액이 나올 테니, 기왕이면 처음부터 이걸 먹자는 논리였다. 듣고 보니 매우 타당한 듯했다.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관객이 가득 찼다. 주로 20~30대 여성이었다. 오늘의 음악가, 나비에몬이 기타를 안고 리허설을 했다. 두 명이 맞추는 화음이 몹시 아름다워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아저씨 같다며 카즈가 말렸다. 중간에 팁박스가 돌았다. 지갑에 있던 현금 얼마와 좋은 꿈꾸고 구입한 연금복권 한 장을 넣었다. 공연 타이틀이 『쇼미더빚까』였는데, 이 복권이 대박 나서 ‘빚 까는데’ 일조하길 기원한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대부분 좋았다. 좋았다고 밖에 쓸 말이 없다. 좋아서 앵콜도 크게 외쳤다. 아저씨 같으면 어떤가. 음악가의 공연에 대한 가장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피드백이 앵콜 연호 아닌가. 특히 마지막 노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오늘밤 너에게’라는 곡이고, 나비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을 수 있다. 어제 현장에서 구입한 에몬 1집과 더불어, 이 노래를 하루 종일 듣고 있다.

 

오늘 밤 너에겐 위로가 필요해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안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줄
그런 사람이 네게 바로 지금 필요해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어
네가 날 원한대도 나는 할 수 없어
너에겐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어
더이상 나를 두고 장난치지 말아줘
너에게는 가족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잖아

나에게 너무 많은걸 바라지마
잔인한 것 같아도
너의 그런 고민들이 나에게는 아프지 않은걸
너에게는 가족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잖아
너에게는 가족이 있고 돌아갈 집이 있잖아

  1. 몇 년 전 서울역 아웃리치를 나갔을 때, 만나서 상담했었던 사람이다. 재활시설로 연계하여, 길거리보다 안전한 곳에서 쉬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 등록을 하고, 개인통장으로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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