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금빛모텔』을 결성하다

가끔 사람들과 합주를 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약속 된 메탈의 땅’ 핀란드 출신 밴드 썬더스톤thunderstone의 음악을 들을 때면 특히 그렇습니다. 시규어로스sigur ros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나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뿐, 실행에 옮길 의지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난데없이 회사 동료 P가 밴드를 결성하자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군악대 출신인 그는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 기타를 모두 다룰 줄 알고, 작곡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음악 소울을 가진 사람이 몇 년 째 메마른 행정 업무만 붙들고 있으니 좀이 쑤실 만도 하겠지요.

P에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그는 델리스파이스와 롤러코스터의 음악, 나는 썬더스톤과 벨벳언더그라운드, 김일두를 ?이야기 했습니다.1

아무튼 그냥 하자고 했습니다. 나는 방구석에서 잠들어 있던 기타를 꺼냈습니다. 장력에 의해 뒤틀린 목을 바로잡기 위해 샵에서 수술(?)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졸라 매장에서 가장 비싼 기타줄을 샀지요(사실 기타 세팅비도 아내의 주머니에서…).

나 : P 선생, 첫 연습은 언제 할까요?
P : 일단 술부터 마시죠.

이제 보컬이 필요했습니다.

(밴드는 역시 여성 보컬이지)

실력과는 무관하게, 여성 동료들에게 노래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으나, 모두들 음악에 뜻이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미모와 노래 실력을 갖춘 간호사가 있었는데, 그녀는 ‘저녁에 오빠 밥 차려줘야 한다’는 이유로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무척 아쉽더군요. 며칠 뒤 P가 상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북항에서 목재 세일즈를 하는 W라는 자였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이러했습니다.

W : 미모의 여성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ㅋㅋㅋ

오래전부터 음악에 대한 목마름을 가지고 있던 차에, P의 권유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W의 억지 없는 목소리, 폭넓은 음역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우리는 밴드 이름을 정하고 싶어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모텔이 많은 동네에서 치킨을 먹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W는 ‘금빛모텔’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우리 모두 그 이름에 매혹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좋은 이름이네요.

드럼을 맡을 제4의 멤버는 아이패드 ‘개러지 밴드’입니다. 이 친구는 아직 접속 될 앰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합주에서 소외되고 있지만 조만간 합류하게 될 것입니다. 곧 앰프를 살 거예요.

한 주에 한 번 만나는 것이 고작이지만, 앞으로는 노래도 만들고, 공연도 하게 되겠지요. 물론 지금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1. 베이스 기타로 합류한 H는 백지영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고 밝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