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 손병걸 시인과 황영택 테너의 강연

한국 사회에는 여성, 장애인, 연령, 학벌,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홈리스 등에 대한 차별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을 배제·차별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에는 장애인 차별의 문제가 복지의 확대 뿐 아니라, 인권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병행되어야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나갈 수 있다는 관점이 녹아있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특수교육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장애인 정책이나 지원 등이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려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눈살 찌푸리지 않는 사회, 중증장애인도 탈 수 있고 휴게소에 자주 내리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모든 길에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있어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거리,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럭이 제대로 갖춰진 거리, 수화통역사가 상주하는 관공서와 은행, 배차시간을 음성으로 알려주는 버스정류장, 문턱 없는 화장실 등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정되는 사회. 그것이 장애인에 대한 동정과 시혜가 아닌 그들이 권리라고 여기는 사회로 나아가야한다.

2014년 7월, 나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장애인분과 특화사업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대상은 지역주민, 지역주민 중에서도 고등학생, 고등학생 중에서도 서인천고등학교의 학생들로 정했다. 처음 계획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에 관한 교육 후 장애인으로 구성된 팀의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향의 교육일 뿐 소통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계획을 변경했다. 학생들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강연자를 물색했다. 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시인, 손병걸 시인과 휠체어 성악가 황영택 테너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흔쾌히 달려와 주셨다. 결과는 성공이었다(부끄).

노래하는 시인, 손병걸

손병걸 시인은 흰 지팡이를 짚고 강연장에 들어섰다. 학생들과 같은 높이에 서기 위해 강단 위가 아닌 강당 마루를 택했다. 그는 자신의 대표적인 시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낭독을 시작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특전사 출신이었던 그는 제대 후 서른 중반에 시력을 잃었다.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는 시력을 잃어가는 물리적 고통이 ‘눈동자에 메스를 가하는 듯’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절망에 빠져나오기 위해 문학을 붙들었고 수천편의 시를 써내려갔다. 2005년 신춘문예로 등단 후 현재까지 활발한 문학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때로 생존을 위해 또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로잡기 위해 싸우는 투쟁현장에서 문학으로 연대한다.

문학은 결코 한가한 이들이 누리는 사치가 아니었다. 피를 토하듯 삶에 대한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우울한 노출증 환자가 되어서는 곤란하고, 주어진 삶에 대한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긍정이 있어야 했다.

손병걸(1)그가 지나온 삶은 무거울 지라도 강연은 오히려 경쾌했다. 귀를 기울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의 언어는 희망을 툭툭 던져주고 있었다.

공부의 목표를 좋은 대학에 두지는 마세요.?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하세요.

손병걸
장애인 인식개선 토론

그가 마지막으로 한 이 말이, 사회복지사인 내 가슴에 맴돌았다.

휠체어 성악가 황영택 테너

서인천고등학교는 엘리베이터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어서, 황영택 테너를 4층 강당까지 등에 업고 모실 수밖에 없었는데 무척 죄송스러웠다. 그의 불편을 신경 쓰는 나와 달리, 그는 오히려 이 더위에 강당에 앉아있을 학생들을 염려했다. 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 장소가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곳이라니, 한숨을 지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런 곳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황영택(1) 그는 강단 위에서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포스코 직원이었던 그가 산업재해를 입고 하반신 마비 척수장애 1급 장애인이 된 이야기, 절망에 빠졌던 이야기,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선수로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야기, 음대에 가서 성악을 공부해 성악가가 된 이야기,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노래를 하고 있는 지금의 삶까지. 듣는 이에게는 감동적이지만, 당사자에게는 고통과 극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는 강연 중간 중간에 오 솔레미오, 지금 이 순간, 네순도르마 등의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려줬고, 강당이 떠나가도록 찬사를 받았다. 황영택

학생들의 반응

준비한 강연은 끝났다. 나는 강단에서 아이들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눈물을 훔치는 아이도 있었고, 숙연한 표정의 아이도 있었으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오늘 강연이 어땠는지 물었다. 당연하게도 아무런 말들이 없었다. 침묵은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내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하고 싶은 말을 문자로 보내라고 했다. 문자들이 의외로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나는 그들의 문자를 하나하나 소리 내어 읽었고, 고마움을 표했다. 나는 문자에 감동했다. 문자는 아래와 같다.

010-****-9471
오늘 강의는 이전까지 내가 들었던 강의와는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이전까지의 강의는 일방적인 전달이었던 반면에 오늘은 중간 중간에 강의를 듣고 있는 우리들이 참여할 수 있게끔 퀴즈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거나, 노래를 들려주심으로써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신 것 같다. 오늘 강의는 나의 생각을 바꿔주었다. 그것은, 전에는 장애인들을 불쌍한 시선으로만 보았다. 이제는 장애인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고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우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010-****-4602
삶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010-****-4278
힘들더라도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010-****-4046
재미있었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 같은 것들이 없어져서 마음이 편했다.

010-****-0668
처음으로 장애인이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010-****-9674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다른 것은 별로 없다는 걸 크게 느꼈고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듣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10-****-9803
다름을 인정하라는 주제로 강연을 두 분 다 해주셨는데요, 그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감사합니다.

010-****-2102
장애를 가지고 생활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데 그것을 극복하고 삶을 즐겁게 살아가시기에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강의 감사합니다.

010-****-2713
오늘 중도에 장애인이 되신 두 분을 만나 뵈었는데, 정말 쉽지 않은 생활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시를 좋아해서 이번 만남에 대해 좋게 생각합니다. 두 번째 뵌 분도 아주 고된 삶을 사셨는데, 저도 이번에 비장애인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것을 찾아 노력할거라 다짐했습니다. 좋은 강연 감사합니다.

010-****-6981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모두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010-****-1622
모든 일 하나하나 할 때 마다 진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걸 느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온 몸이 멀쩡한데도 하지 못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010-****-6651
멋져유

010-****-6296
일단 장애인도 다 할 수 있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들 멋지고 훌륭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010-****-6629
두 분 다 장애인이시지만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황영택 선생님께서 정신력에 대한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중요성을 알려주셨습니다.

010-****-7294
장애인 인식개선 캠페인이지만 제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이 들었어요.

010-****-5748
누구보다 멋있으세요.

010-****-6001
두 분의 삶을 듣고 누구나 노력하면 다 성공할 수 있다 것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010-****-7637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기념품

기념품으로 천연비누를 한 세트 씩 나눠줬다. 그것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예진원(인천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 부설)에서 제작한 것을 구입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 비누를 쓸 때 마다 오늘의 일을 떠올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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