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분의 삶 : 권정생과 홈리스 이발사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

오늘은 권정생 선생이 떠나신 지 8년 째 되는 날입니다. 예수의 삶에 가까웠던 그에게 있어 가난과 고통은 결핍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행복의 조건이었습니다. 임정득은

“더 많이 가지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상상한다”(상상하다)

라고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자기 삶이 묻어나는 이들의 언어에 감명을 받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보다 더 가난해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아직 갖고 싶은 것들이 목록을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가난을 선택하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용기만 있어서도 가난해지기 어렵겠죠. 생활방식에 대한 고민이 해답 없이 늘 머리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중학교를 졸업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남들이 졸업반일 때 소년은 이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후에는 직접 개업까지 해서 40년간 이발사로서의 삶을 살았습니다. 50대가 된 이발사는 다시 가난해졌고, 살 곳까지 잃었습니다. 그러나 쥐가 비누를 갉아먹듯, 가난이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죠. 이발비 조차 아껴야 하는, 같은 처지의 가난한 사람들은 67세의 노 이발사를 찾아옵니다. 물론 돈을 받지 않습니다. 더 많이 가지지 않고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여분의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오늘 아침에 만난 홈리스 이발사의 이야기였습니다.

그의 가방에 들어있는 이발 기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