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첫 선물 : 아빠의 편지

어두운 가족분만실에 앉아 편지를 썼다.
그것을 태어난 지 10분 된 아기에게 소리 내어 읽어줬다.
그렇다.
나는 오늘 아빠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기야.

너와의 만남을 고대하며 이 편지를 쓰고 있다. 몇 시간 후 아빠와 엄마는 너를 품에 안게 될 거야. 무척 기쁠 거야. 그땐 셔츠를 벗어 던지고, 너와 맨살을 비비며 나와 너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네가 처음으로 접촉하는 건 엄마와 아빠의 가슴이 될 거야.

너는 당분간 우리를 통해 세상과 연결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전해주고 싶어. 그렇지만 엄마·아빠가 너에게 무엇인가를 주기만 하지는 않아. 너에게서, 혹은 너의 존재를 통해 행복을 느낄 거야. 게다가 아빠는 벌써 이 세상과 아빠 자신의 다른 측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어. 아빠가 엄마를 만난 후 많은 것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듯이 말이야.

네가 자라면 스스로의 삶에 관해 결정을 내리고 싶어질 거야. 물론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말이야. 행복을 추구하는 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긴 기다림과 위험한 순간, 고통과 인내가 담겨 있지. 엄마·아빠가 각자 삶의 방식과 경로를 조정하면서까지 너를 기다리는 것도 이와 같은 거야. 방금 말한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건 ‘순조로움이 보장된다’는 뜻이 아님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그때에도 네가 원한다면 엄마 아빠가 도와줄 수 있어.

훗날 언젠가,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이 편지를 떠올려줘. 아빠와 엄마는 지금까지 ‘행복하기 위한’ 계획과 선택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같은 의미에서 이 세상을 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 네가 우리와 같은 세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네가 우리와의 삶에서 사랑을 배울 수 있기를 원해. 타인의 삶에 지나치게 무례한 이 세상은 끊임없이, ‘너는 사랑스럽지 않은 존재’라는 메시지를 줄 거야. 신경 쓸 것 없어. 그러나 이건 기억해주길 바래. 너는 이미 존재 자체로 사랑이야.

아기야.
너의 엄마·아빠는 멋진 사람이니까, 출발이 아주 괜찮아.

2015년 7월 4일
짱 멋진 아빠가


BGM : Jonsi – We Bought a 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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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편지는 다 좋은데 마지막에 짱멋진 아빠가라는 부분이 에러인듯 하다!! =3=3=3

    • 평일

      “짱짱 멋진 아빠”라고 쓰려다 그 정도로 그친 것에 감사하거라! (응?)

  • 미썬

    짱 멋진아빠 추카해~!!!!
    아빠가 되었구나^^* 아이에게 훌륭한 멋진 아빠가 될꺼같당
    편지 완젼 감동이네~~~ㅎㅎㅎㅎ

    • 평일

      ㅎㅎ그래 고마워. 너도 분명 지혜로운 어머니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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